얼마 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중독 관련 영상을 보고 꽤 오래 생각에 잠겼다. 중독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대부분 마약이나 알코올 같은 극단적인 사례를 떠올리지만, 사실 커피 한 잔에서부터 스마트폰 스크롤까지 우리 일상은 이미 도파민 회로 위에 놓여 있었다. 이 영상이 인상적이었던 건, 중독을 개인의 의지 탓으로 돌리지 말라는 메시지가 분명했기 때문이다.

중독은 의지 박약이 아니라 뇌의 구조적 반응이다
중독된 사람을 보면 흔히 이런 말을 한다. 마음이 약해서 그렇다, 의지가 부족한 거다, 공허하니까 뭔가에 빠지는 거다. 물론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닐 수 있지만, 거기에만 초점을 맞추면 결국 그 사람의 인격 문제로 몰아가게 된다. 영상에서 강조한 핵심은 단순했다. 뇌가 있으면 누구나 중독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1954년 캐나다 맥길 대학교에서 진행된 유명한 쥐 실험이 이를 뒷받침한다. 쥐의 뇌 시상하부에 전기 자극을 줄 수 있는 지렛대를 설치했더니, 쥐는 한 시간에 7천 번이나 그걸 눌렀다고 한다. 갓 태어난 새끼가 옆에 있어도,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지렛대만 눌렀다. 뇌 속 쾌감 센터가 작동하면 생존 본능마저 무력화된다는 걸 보여준 실험이다.
이 이야기를 듣고 나니 중독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나도 솔직히 주변에서 누군가가 뭔가에 과하게 빠져 있으면 속으로 왜 조절을 못 하지 싶었던 적이 있다. 하지만 뇌의 보상회로가 한번 강하게 작동하면 이성적 판단과는 별개로 그 자극을 반복 추구하게 된다는 걸 알고 나면, 중독을 단순히 의지의 문제로 치부하기 어렵다.
내성, 금단, 갈망 — 중독의 세 가지 신호
영상에서 정리한 중독의 핵심 증상은 내성, 금단, 갈망 세 가지였다. 내성은 같은 양으로는 예전만큼의 만족감을 느끼지 못해 점점 양이 늘어나는 현상이다. 커피를 예로 들면, 처음엔 한 잔이면 충분했는데 어느새 두 잔, 세 잔으로 늘어나는 것이 바로 내성이다.
금단은 그 물질이나 행위 없이 지낼 때 나타나는 불편감이다. 커피를 안 마신 날 두통이 오거나 극심한 무기력이 찾아오는 것,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2시간마다 무의식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이 금단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그리고 갈망은 멀리 떨어져 있어도 머릿속에서 계속 그것이 맴도는 상태를 말한다.
나도 이 세 가지 기준을 내 생활에 대입해 보니 생각보다 해당되는 것들이 있었다. 특히 스마트폰 사용 패턴이 그랬다. 의식적으로 안 보려고 해도 어느새 손이 가고, 확인할 것도 없는데 화면을 켜는 순간이 하루에 수십 번이다. 내성과 갈망이라는 틀로 보면 가벼운 중독 상태에 이미 들어와 있는 셈이다. 결국 중독 여부를 가르는 건 대상이 아니라, 그것이 내 삶을 얼마나 잠식하고 있느냐의 문제라는 점을 다시 한번 체감했다.
싸워서 이기려 하지 말고, 도망치는 것이 진짜 의지다
영상에서 가장 강하게 와닿은 메시지는 이것이었다. 중독을 싸워서 이기겠다는 접근은 대부분 실패한다는 것이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중독 치료의 첫 번째 단계로 삼는 건 내 의지로는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한다. 놀라웠지만 동시에 납득이 됐다.
실제로 알코올 중독 치료의 권위자로 알려진 교수가 환자를 산속 병원에 보내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편의점에만 가도 술이 있고 옆 테이블에서 누군가 마시고 있는 환경에서 갈망을 의지로 버틴다는 건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물리적으로 격리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첫 걸음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 관점이 꽤 인상적이었다. 우리 사회에서는 의지가 강한 사람을 유혹 앞에서도 꿋꿋이 버티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전문가의 시각에서 진짜 의지가 강한 사람은 애초에 자신이 무너질 수 있는 환경 자체를 만들지 않는 사람이다. 도망치는 것이 비겁한 게 아니라, 자기 뇌의 한계를 인정한 가장 현명한 전략인 셈이다. 번아웃이라는 용어 자체가 중독 환자를 치료하다 실패를 반복한 상담가들의 무기력에서 유래했다는 사실도, 중독이 얼마나 다루기 어려운 문제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건강한 도파민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에 있다
영상 후반부에서는 중독에 빠지지 않으면서 건강하게 도파민을 유지하는 방법도 다뤘다. 행복심리학자 서은국 교수의 말을 인용하며, 행복은 아이스크림과 같다는 비유가 등장했다. 아무리 큰 기쁨이 와도 뇌는 금방 적응해 버리기 때문에, 행복에서 중요한 건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는 의미다.
복권 1등 당첨자들이 통계적으로 더 행복한 삶을 살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도 같은 맥락이다. 한 번의 극단적 쾌감은 행복의 역치를 높여버려서, 이후의 소소한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뇌로 만들어 버린다. 결국 일상의 작은 만족들을 꾸준히 충분한 빈도로 경험하는 것이 건강한 도파민 순환의 핵심이다.
이 부분에 깊이 공감했다. 나도 한때 자극적인 콘텐츠나 큰 성취에만 만족감을 느끼고, 평범한 하루에는 공허함을 느꼈던 시기가 있었다. 돌이켜 보면 도파민 역치가 올라가 있던 상태였던 것 같다.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식사하거나 가벼운 산책을 하는 것처럼, 작지만 확실한 즐거움을 자주 만드는 것이 결국 뇌를 건강하게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는 데 동의한다. 건강한 중독이라는 말은 성립할 수 없다는 영상 속 단언에도 고개가 끄덕여졌다.
마무리
중독은 개인의 도덕성이나 의지력의 문제가 아니라 뇌의 보상회로가 만들어낸 구조적 반응이다. 싸워서 이기려는 접근보다 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훨씬 현실적이고, 일상의 작은 행복을 자주 경험하는 것이 중독의 늪에 빠지지 않는 가장 좋은 예방책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