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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해야 사랑받는다'는 착각, 그런데 정말 착각일까?

by 마인드스튜디오 2026. 2. 21.

완벽주의라는 단어를 들으면 저는 묘하게 두 가지 감정이 동시에 올라옵니다. '맞아, 나 그러는 것 같은데' 하는 공감과, '근데 그게 꼭 나쁜 건가?' 하는 반발심이요. 정신건강의학과 신재현 원장님의 인터뷰를 보면서도 그 두 감정이 내내 교차했습니다. 완벽주의의 어두운 면은 충분히 납득이 됐지만, 동시에 뭔가 한쪽으로만 기울어진 시선 같다는 느낌도 지울 수가 없었어요.

 

 

 

완벽주의자는 단단한 게 아니라 불안한 사람이다

이 인터뷰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은 완벽주의자의 내면을 '갑옷을 두른 사람'에 비유한 부분이었습니다. 겉으로는 흠 하나 없이 단단해 보이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오히려 굉장히 불안하고 취약하다는 거죠.

 

생각해보면 그게 맞는 말 같습니다. 완벽하게 보이려는 노력 자체가 이미 '완벽하지 않으면 어쩌지'라는 두려움에서 출발하는 거니까요. 확신 있는 사람은 굳이 완벽하게 포장할 필요를 못 느끼거든요.

 

특히 PPT에 작은 결함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칭찬을 받고도 '오늘 망했다'고 느끼는 사례는,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꽤 찌릿하게 읽혔습니다. 결과는 좋았는데 이상하게 찝찝한 그 감각. 사실 그게 불안이었던 거겠죠.

 

 

 

 

'완벽주의가 병이 되는 기준'은 납득되지만, 선 긋기가 쉽지 않다

신 원장님은 완벽주의가 문제가 되는 기준을 '기능'으로 설명합니다. 일상생활, 대인관계, 직업 활동에 지장을 줄 때 비로소 치료가 필요한 수준이라는 거죠. 이 기준 자체는 합리적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여기서 저는 조금 걸리는 게 있었습니다. 현대사회에서 완벽주의로 인한 스트레스를 안 받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야근이 일상이고, 실수 하나에 인사 고과가 흔들리는 구조에서 '지장을 준다'는 기준은 생각보다 훨씬 많은 사람에게 해당될 수 있어요.

 

다시 말해, 완벽주의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완벽주의를 조장하는 환경이 먼저 문제일 수 있는데 인터뷰에서는 이 부분이 조금 가볍게 다뤄진 것 같아 아쉬웠습니다. 개인의 심리 패턴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패턴이 자꾸 재생산되는 구조에 대한 이야기가 좀 더 있었으면 했어요.

 

 

 

 

뇌는 바뀐다 — 이건 진짜 반가운 이야기였다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다'라는 말을 저도 꽤 오래 믿어왔습니다. 그래서 신경가소성 이야기는 솔직히 반가웠어요. 70~80대에도 뇌는 여전히 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는, 변화가 불가능하다고 스스로를 포기하는 사람들한테 꽤 의미 있는 말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변화의 두 단계 — 알아차림, 그리고 다른 선택을 해보기 — 는 이론적으로도 납득이 되고 실용적으로도 적용 가능한 방향이라 좋았습니다. 어떤 행동이 완벽주의에서 비롯된 것인지 인식조차 못 하면 브레이크를 걸 수가 없다는 말이 특히 와닿았어요.

 

다만 50대 임원 사례처럼 '3개월 휴직' 같은 방식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은 마음도 들었습니다. 치료의 방향은 맞지만, 그 방향으로 걷기 위한 사회적 조건이 갖춰지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그러면 되지'가 또 다른 압박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완벽주의를 없애는 게 아니라, 다루는 것이다

인터뷰 후반부에서 신 원장님이 완벽주의를 '없애려 하기보다 내 삶의 한 조각으로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 부분은 상당히 공감이 됐습니다. 사실 완벽주의가 나쁘기만 한 건 아니에요. 꼼꼼하게 준비하고, 높은 기준을 유지하고, 허투루 넘기지 않는 태도 덕분에 잘 해낸 일들이 분명히 있으니까요.

 

문제는 그 성향이 나를 갉아먹기 시작할 때입니다. 시야가 너무 좁아져서 결과 하나에 모든 의미를 걸게 될 때, 관계와 건강과 감정이 그 뒤로 밀릴 때 비로소 조절이 필요해지는 거죠.

 

자기자비(Self-compassion)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적이었어요. 남의 시선을 기준으로 살면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것,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건 결국 나 자신뿐이라는 것. 이 부분은 찬성 이상으로, 오히려 먼저 들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드는 말이었습니다.

 

 

 

 

마무리

완벽주의는 없애야 할 결함이 아니라, 잘 다뤄야 할 성향입니다. 신재현 원장님의 이야기는 완벽주의의 심리적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 분명 도움이 됐지만, 동시에 그 성향을 키워온 사회 구조에 대한 질문도 함께 남겼습니다. 완벽해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는 것, 그건 개인의 노력이기도 하지만 결국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환경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출처

유튜브 - '완벽해야 사랑받을 수 있다'는 착각 : 정신과 전문의가 말하는 완벽주의 | 정신건강의학과 신재현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