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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을 잘 자는 것도 과학이다 — 허버먼 랩이 알려주는 수면의 진짜 원리

by 마인드스튜디오 2026. 2. 21.

수면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느끼는 게 있어요. 알고는 있는데, 실천이 안 된다는 거요. 늦게 마신 커피, 자기 전 한두 잔의 술, 그리고 낮에 잠깐 눈 붙이고 싶은 충동. 이 모든 게 사실 수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수면 과학자 매트 워커 박사의 이야기를 통해 제대로 정리해봤습니다.

 

 

 

수면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다 — REM과 비REM의 역할

수면을 그냥 '기절하는 것'쯤으로 생각했다면, 사실 꽤 복잡한 생리학적 과정을 무시하고 있었던 겁니다. 수면은 크게 비렘(Non-REM) 수면과 렘(REM) 수면으로 나뉘고, 이 두 가지는 각각 다른 기능을 담당합니다.

 

비렘 수면, 특히 깊은 단계인 3~4단계에서는 뇌세포 수십만 개가 동시에 발화했다가 동시에 조용해지는 놀라운 동기화가 일어납니다. 이 시간에 혈압 조절, 혈당 조절, 성장호르몬 분비 같은 신체 회복이 주로 이루어져요.

 

렘 수면에서는 몸이 마비됩니다. 뇌가 꿈을 꾸는 동안 몸이 실제로 움직이지 않도록 잠금 상태에 들어가는 거죠. 이 상태에서 테스토스테론 분비, 정서 조절, 학습과 기억의 통합이 일어납니다. 흥미로운 건 안구 근육만 이 마비에서 예외라는 점인데, 렘 수면 중 눈이 움직여야 안압 관련 순환이 유지된다는 설명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걸 듣고 나서 수면이 얼마나 정밀하게 설계된 과정인지 새삼 실감했어요.

 

 

 

카페인과 알코올 — 수면을 방해하는 두 가지 습관

저도 오후에 커피 한 잔 마시는 걸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이 부분을 듣고 나서 생각이 좀 바뀌었습니다. 카페인의 반감기는 평균 5~6시간, 사분의 일이 남는 데는 10~12시간이 걸려요. 즉, 오후 2시에 마신 커피는 자정까지도 몸 안에서 작용하고 있는 겁니다.

 

더 문제가 되는 건, 카페인이 졸음 물질인 아데노신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카페인이 빠져나갈 때 그동안 쌓여있던 아데노신이 한꺼번에 밀려온다는 거예요. 이게 바로 카페인 크래시입니다. 워커 박사는 취침 8~10시간 전에는 카페인을 끊을 것을 권장하는데, 이유는 잠들기 어려워서가 아니라 깊은 수면의 질이 최대 30%까지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해요.

 

알코올은 더 교묘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술을 마시면 잠이 잘 온다고 하는데, 이건 수면이 아니라 진정 상태입니다. 알코올은 교감신경을 활성화해 수면 중 각성을 늘리고, 특히 렘 수면을 강하게 억제합니다. 렘 수면이 줄어들면 정서 조절, 기억 통합, 호르몬 분비가 모두 타격을 받아요. 다음 날 충분히 잔 것 같은데도 피로한 느낌이 드는 건 이 때문이고, 저는 이 설명에서 꽤 많은 것들이 이해됐습니다.

 

 

 

 

멜라토닌 보충제, 정말 효과가 있을까

수면 보충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멜라토닌이죠. 저도 한 번씩 복용한 적 있는데, 워커 박사의 말을 들으니 제가 얼마나 잘못 이해하고 있었는지 알게 됐습니다.

 

멜라토닌은 잠을 직접 만드는 물질이 아닙니다. 뇌에 '지금 밤이다'라고 알려주는 신호 역할을 할 뿐이에요. 비유하자면 100m 달리기의 출발 신호를 쏘는 심판 같은 존재라고 했는데, 이 비유가 참 명쾌했습니다. 신호는 쏠 수 있지만, 달리기 자체는 다른 뇌 화학물질들의 몫이라는 거죠.

 

메타분석 결과에 따르면 멜라토닌 보충제는 건강한 성인의 수면 시간을 평균 3.9분, 수면 효율을 2.2% 향상시키는 데 그쳤습니다. 그런데 시중에 유통되는 멜라토닌 용량은 보통 5~10mg인데, 실제로 효과가 확인된 적정 용량은 0.1~0.3mg이에요. 우리가 복용하는 양이 신체가 실제로 분비하는 양보다 수십 배 많다는 거죠. 이 대목에서 보충제 업계의 '더 많이, 더 강하게' 전략이 꼭 소비자에게 이롭지는 않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낮잠과 수면 루틴 — 현실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것들

낮잠에 대한 내용도 인상적이었어요. NASA 연구에 따르면 26분의 낮잠이 업무 수행 능력을 34%, 낮 시간의 각성도를 50% 향상시켰다고 합니다. 짧은 낮잠이 생산성에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는 거죠.

 

다만 조건이 있습니다. 밤잠에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이라면 낮잠은 오히려 수면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어요. 낮잠은 수면 압력, 즉 졸림을 해소시켜버리기 때문에 밤에 잠들기가 더 어려워지는 거죠. 낮잠을 잔다면 20~25분 이내, 오후 늦게는 피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잠을 못 잔 다음 날의 팁도 공감이 많이 됐습니다. 더 늦게 일어나거나, 낮잠을 자거나, 카페인을 더 마시거나, 평소보다 일찍 자려는 시도 모두 금물이라고 해요. 기존 수면 사이클을 흔들어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냥 평소와 똑같이 생활하는 것이 수면 리듬 회복에 가장 좋다는 말은, 어찌 보면 단순하지만 지키기가 가장 어려운 조언이기도 합니다.

 

 

 

 

마무리

수면은 게으름이 아니라 회복입니다. 워커 박사가 수면을 인간의 권리라고 표현한 것이 기억에 남아요. 커피 한 잔의 타이밍, 술 한 잔의 영향, 멜라토닌 한 알의 실제 효과를 이해하고 나면 잠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집니다. 수면을 아끼는 것이 삶 전체를 아끼는 일이라는 걸, 이 대화가 다시 한번 상기시켜줬습니다.

 

 

 

출처

Huberman Lab Essentials - The Science & Practice of Perfecting Your Sleep